수원 신영통 캠퍼스 윤희지 학생의 母 박주현


"엄마, 나 예스셈 올림픽 대회 나가요."

"올림픽?"

일곱 살 딸아이가 신발도 벗지 않을 채 흥분된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때마침 걸려온 원장님의 전화에 

올림픽이 아닌 예스셈 올림피아드 예선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대회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던 희지에겐 올림피아드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모양이다.

예스셈을 다니기 전, 엄마를 닮아 수학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였던 딸아이의 전적이 떠올라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작년 이맘때 쯤 손가락이 열 개 밖에 없어 6+5를 못하겠다는 희지를 이끌고 처음 예스셈 

문을 들어섰다. 숫자만 봐도 얼굴이 굳어지는 희지에게 원장님은 예쁜 무지개 색깔의 주판을 두 손에 

꼬옥 쥐어주셨다. 아직 어린 딸아이는 이 예쁜 장난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꼭 알고야 말리라는 호기

심 하나로 다음날부터 씩씩하게 예스셈을 다녔다.

예스셈을 다닌지 두 달이 조금 지난 후, 손가락이 모자라 덧셈을 못하겠다는 희지의 불평은 사라졌다. 

또 계산이 늦은 슈퍼 할머니를 대신해 거스름 돈을 알려줄 만큼 많은 발전을 보였다.

희지가 예선전을 준비할 즈음 한참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였다.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숫자도 커지고 

어려워져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시험을 치는 딸아이가 상을 받지 못해 실망하면 어쩌

나 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슬럼프를 이기고 다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응했다. 

올림피아드 예선전이 있던 날, 학원에서처럼 침착하게 문제를 풀면 된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희지는 해맑

은 웃음을 보이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유치원생인 딸아이가 초등학생과 함께 경쟁해야 된다는 걱정에 

엄마인 내가 더 떨려 시험치는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다행히 희지는 수원 지역 예선에서 금상을 받아, 올림피아드 본선에 참가하게 되었다. 예선과는 달리 

본선에서는 사고력과 플래시 암산시험이 추가가 되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예스셈 

홈페이지에 있는 예상문제를 풀려 가보며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숫자들을 나 또한 

놓칠 때가 많았는데 척척 답을 말하는 희지를 보며, 손가락으로 수를 세던 옛모습을 잊은 채 혹시 수학천

재가 아닌가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매번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플래시 암산 게임을 연습했다고 한다.

본선 시험을 치던 날, 예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희지 도한 많이 상기 되어 있었다. 본선에 오른 

4천명이 모두 시험을 치러야 했고 그만큼 대기시간도 길어졌다. 지루하게 시험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로 한쪽에 마련된 놀이기구며, 다양한 공연들은 딱딱하고 긴장되기 쉬운 시험장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꿔 놓에 충분했다. 희지 또한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놀이기구를 타며 긴장을 풀었고, 축제 

분위기 속에서 시험을 치뤘다.

본선에서 금상과 특별상을 받으면서, 연산 뿐만 아니라 수학 전반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내성적

이던 성격도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바뀌었다. 또 예선, 본선을 준비하면서 계산 능력이 향상되어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겪어야 했던 슬럼프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두 번의 상을 받으면서 딸아이는 대구에 계신 할아버지께 영재(?)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본선에서 

상을 받으면 시상식에 꼭 가마라고 약속을 하셨기에 바쁜 일을 뒤로 하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오신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웠던지 연신 들뜬 기분이다.

요즈음 할아버지와 희지의 전화통화 내용을 들으면 무슨 암호를 말하는 보초병 같다.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으면 희지는 숫자로 인사를 대신한다.

"78이요, 29요"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희지가 두 번씩이나 금상을 받은 게 신기하신지 매번 전화로 연산 문제를 

내시며 금방금방 답을 말하는 희지에게 "그놈 참... 신통방통하다." 라고 하신다. 예스셈 덕분에 나 또한

자식 잘 가르쳤다는 후한 점수까지 받게 되었다.

올림피아드 대회는 희지의 장래희망까지 바꾸어 놓았다. 줄곧 의사가 되겠다는 꿈이 이제는 훌륭한 수학

자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더하기를 하는 동생에게 선생님인 양 주판 잡는 법을 가르쳐주며 한숨을 

쉰다.

"어휴, 답답해... 엄마 규리도 예스셈 가야겠어요"

예전에 엄마의 답답했던 마음을 이제 조금 알려나...

시상식 날, 억울한 눈빛으로 백점인데 왜 대상이 아니냐며 되묻는 딸아이에게 곱셈, 나눗셈까지 열심히 

하면 대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어리디 어린 일곱 살 딸아이는 오늘도 들뜬 기분으로 내게 뛰어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