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학기에 저희 교실에 1학년 남자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저희교실이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관계로 집이 멀어서 태권도 차와 미술학원차로 오고 가고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가르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를 가르치면 그것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그런 아이였던 것입니다.
이해력과 응용력이 떨어져서 B1책 4번, B2책을 4번씩하고서야 간신히 운주법을 익혔습니다. 가르기 모으기를 가르치면 2+5=7, 4+3=7, 1+6=7인 것을 다 할 수 있고 답을 달 줄 알면서도, 7을 가르는 방법을 3가지 그림으로 그려놓고 네모 안에 숫자를 써 넣으라는 학교시험은 틀려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A단계부터 B단계 수업하는 1시간 동안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대충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기가 일수여서, B단계를 끝내는데 1학년이 거의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C단계, D단계를 하면서도 역시나 2번씩 반복해서 했습니다. 다시 한번 할 때는 종이를 붙여 답을 가리고 시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꾀가 나는지 안보는 사이에 종이를 조심스럽게 소리 안 나게 뜯어서 제 눈을 살짝 살짝 피해서 밑에 있는 답을 보고 위에 붙인 종이에 옮겨 적는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한 페이지 답을 다 달아버리고는 딴 짓을 하고 놀고 있고...혼이 나고 벌을 서도 다음 시간에 와서 또 그렇게 하고, 안 그러면 멍하니 앉았고 그랬습니다.
정말 이 아이는 못 가르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상태까지 갔습니다. 그래도 오지 말라고, 그만 다니라는 말을 못했습니다.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B단계를 끝내는데 만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또 집에 가선 아이가 예스셈을 그만 다니겠다고 떼를 쓰고 꾀를 부려도 어머니께서 포기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차마 그만 보내시라는 말을 못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지 잘 알아요. 걱정하지 마시고 가르쳐 주세요”
그런데 C단계가 끝나고 D단계가 시작되면서 아이가 덧셈 뺄셈이 능수 능란 해지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는지, 서서히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수업 중에 딴 짓하는 일이 줄어들고 책마다 2번씩 하는 것은 여전했지만 책을 끝내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2학년이 되면서 집에서 학습지를 따로 하고 있었는데, 학습지 선생님이 아이의 계산력이 뛰어나다며 칭찬을 과하게 한 모양이었습니다. 직장일로 바쁘셔서 늘 원비도 통장 입금을 하는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음료수를 사들고 한번 오셨더군요. 정말 감사하다 구요..
E단계를 준비하면서 구구단 외울 때도 쉽게 외워지지 않아서, 집에서 도와주십사고 어머니한테 도움을 청하고 시간이 꽤 걸려서 외웠습니다. 그 이후로 1년여를 하면서 지금을 2학년이고 E3단계를 하고 있습니다. 구구단 세 자리 곱하기 한자리를 암산합니다. 덧셈, 뺄셈은 두 자리 수 5개 정도를 순식간에 암산합니다. 어디를 가도 영재 소리를 듣는 그런 정도의 실력이 되었습니다. 학교 시험마다 100점을 맞는 것은 두말하면 잘 소리 이구요.
지금은 아주 열심히 합니다. 힘들다는 얘기도 한번 안합니다.
아이의 어머니도 이아이가 1학년 때 학교수업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그런 정도였던 것을 잊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다른 아이들에게 이 아이를 자랑합니다. 2학년인데 곱하기 암산이 다된다고, 좀 있으면 나누기도 암산할 거라구요...저에게도 작년의 애물단지가 올해의 보물단지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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