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개월 차. 전임자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올림피아드 참가를 결심합니다.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에 위치한 유일한 예스셈 가맹점, 영재수학예스셈. 나름 자부심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조심스럽습니다. 올림피아드를 한 달 앞두고 3개 과목에 대비해 아이들을 이해시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회당일, 예스셈에는 전직 기상청 직원이 근무하나봅니다. 날씨. 너무 좋습니다. 그야말로 천`고`마`비. 말이 살찌는 건 확인할 수 없지만 정말 하늘은 높고 청명 그 자체입니다. 대회 참가일이 아니면 가까운 외곽으로 소풍 가고픈 날씨입니다. 그런 하늘을 지붕 삼아 열두 명의 전사들과 원장선생님, 피아노 선생님, 저, 그리고 총무님과 동행하여 일산으로 향합니다. 참고로 저희 학원은 유치원과 피아노 학원, 미술학원, 그리고 예스셈이 공존하는 규모가 있는 학원입니다. 피아노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함께 장난 쳐주시며 전사들의 기분 맞춰 주십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전…. 긴장했나 봅니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빤히 쳐다봅니다. 나름 예상 점수를 가늠해 보는 것이겠지요. 학교들이 쉬는 토요일이라 혹여 차량이 많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다행이 차는 시원하게 달려 40분 만에 일산에 입성합니다. 매스컴을 통해 많이 보긴 했지만 킨텍스 건물을 직접 보긴 처음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촌스러운 선생님으로 거듭날까봐 자연스럽게 행동합니다.

 

“얘들아 저기 보이는 건물이 킨텍스란다.”
건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저는 대답합니다.
“너희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보렴.”

 그렇게 차량은 제1전시장 남문 주차장에 주차합니다. 저 멀리 올림피아드 현수막이 우리를 노려봅니다. 그땐 어찌나 긴장 되던지 마치 노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실감이 났던 것이겠지요. 이미 시험을 치룬 앞의 팀들이 여유롭게 사진 촬영을 하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눕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시험시간은 3교시. 12시30분. 아직 입장 시간까진 1시간이나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3층으로 올라가 고사장을 미리 확인하기로 합니다. 올라가는 2층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반가운 얼굴을 봅니다. 제 인생 turning point를 함께 도와주셨던 김은주 선생님. 내심 너무 반가웠지만 혹여 다칠까봐 아이들의 이동을 감독하시는 모습이 너무 바빠 보이셔서 간단한 인사로 대신합니다. ㅜ.ㅜ 3층에는 이벤트 직원, 일명 키다리 아저씨가 연신 풍선을 불어 대십니다. 우리 12명의 전사들. 순간 행동을 멈춥니다. 키다리 아저씨께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이지요.^^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봅니다. 고사장을 확인하니 대회의 규모를 더욱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사장 확인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좀 이른 점심 도시락을 먹기로 합니다.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말이지요.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도시락을 꺼내어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오물 잘들 먹습니다. 원장선생님께서는 혹여 아이들이 체할까봐 꼭꼭 씹어 먹을 것을 여러 번 당부하십니다. 도시락을 꺼내 먹으니 정말 가을소풍 나온 것 같습니다. 식후 한바탕 뛰어놉니다. 누가 누굴 잡으러 뛰어가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입장! 드디어 전장으로 갈 시간입니다. 12명의 전사들에게 마치 방패와 같은 수험표를 목에 하나하나 걸어줍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각자의 좌석을 확인하고 착석시킵니다. 높은 천정과 영화관 같은 플래쉬 암산 스크린…. 아이들의 동공과 입이 저절로 커집니다. 아이들을 뒤로하고 손짓으로 화답 후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순간! 가슴이 찡~~~ 어느덧 전… 12명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대궐 같은 여닫이문은 닫히고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원장 선생님도 얼굴에 아쉬움과 염려로 가득하십니다.

 

결혼 후 아이 둘을 낳고 기르면서 정신없이 지내왔던 지난 10여년.. 그 옛날 주판 하면 방귀 좀 꼈다고 생각했었는데 잠시 잊고 살다가 예스셈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 자리에 있습니다. 대학 전공보다 훨씬 더 이전에 배워둔 주산이 제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한 샘이지요. 하루하루 무언가 목표를 향해 계속 가면서 중간 중간 맛보는 작은 성취감들.. 그것들이 제겐 엔도르핀으로 재생성 되고…기분 좋은 떨림을 줍니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은 흘러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행여 다른 곳으로 가버릴까봐 눈을 떼지 않고 12전사를 찾습니다. 다행히 다들 환하게 웃으며 나옵니다. 예쁩니다. 그렇게 대견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올림피아드 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아쉬움을 남겨둔 채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구리로 향합니다. 그때까지도 대회 규모에 걸맞게 아이들로 북적북적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4교시 응시생들을 보며 살짝 미소 짓습니다. 우린 끝났다 이거죠…^^

이번 대회를 치르며 아이들 개개인의 좀 더 정확한 학습 수준과 문제점 또는 공통의 문제점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어떤 면을 보강해야 할 지… 어떤 새로운 교수법이 효과적일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예스스터디 사장님과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또 다른 인생노트를 쓰게 해주신 영재수학예스셈 김경애 원장님께도 이 지면을 빌어 감사 말씀드립니다. 또한 휴일 임에도 함께해주신 피아노 선생님과 흔쾌히 동행해 주신 총무님. 그리고… 이날의 주인공 12명의 전사들!! 기범, 기열, 진오, 서영, 지훈, 수혁, 민경, 윤아, 유하, 나영, 동완, 기문이…. 모두모두 수고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자꾸나!^^ 내년 제 10회 올림피아드에서 뵙겠습니다.

고구려의 고장 구리에서 배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