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가을이면 병이 납니다. 나뭇잎 색깔이 변하고 서로 다른 잎의 색들이 뿜어내는 이 장관을 하루라도 못보고 집에 있게 되는 날이면 아주 큰 병이 납니다.

전주에서 포스코예스셈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남희입니다. 전 올해로 공부방 3년, 교습소 1년쯤 되는 예스셈 5년차입니다. 6년 전 아들 친구 엄마로부터 예스셈의 소문을 듣게 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의 예스셈 공부방에 들어가려면 6개월에서 1년은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듣자하니 예스셈과 수학을 공부하는 곳인데 너무 궁금하여 제 아들을 스파이로 보내 보았습니다. 비록 스파이 노릇을 똑똑히 해내진 못했지만, 그 덕에 예스셈 교재를 접할 수 있었고 어떤 프로그램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일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선 후 근처 다른 지역 아파트 1층에 포스코예스셈 공부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내가 문만 열면 부모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밀 듯이 몰려올 거야’라는 착각과 함께 커다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오픈을 했습니다. 오픈하기 며칠 전엔 본사에서 연락처를 홈피에 올려놓은 지 1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자매를 보내겠다는 상담 전화까지 받고는 부푼 기대감과 대박의 예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플래카드를 걸고 나니 5명의 아이들이 모여 첫 달 수업은 순조롭게 가는 듯 했지만, 소위 오픈빨이었습니다. 5명으로 6개월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상담전화도 없고 서서히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무슨 넘치는 자신감이었는지 ‘아직 내가 오픈한 사실들을 모르나봐’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그 해 유난히 추웠지만 남편과 함께 전단지를 접어 가슴에 품고 있다가 사람들이 오가면 열리는 아파트 출입구 문을 향해 뛰어가서 우편함에 전단지를 넣고 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아파트들은 좀 사시는 분들이 많아 게시판이 있어 지저분해지는 것도 싫어하시고 문 앞에 전단지를 붙이는 것도 허락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나름 추위와 사람들이 쳐다보는 민망함과 싸워가며 전단지를 넣었습니다.

 그 덕인지 아이들이 늘기 시작하였고 어떤 날은 하루에 4명의 아이들이 들어오는 날이 있을 정도로 홍보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역시 홍보는 전단지가 짱입니다. 불법이긴 하지만 그 전단지를 들고 1년 뒤에 오신 어머니도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모집한 애들에게 주 5일 예스셈과 수학을 매일 가르치면서 생각했습니다. ‘절대 호랑이 선생님이 되지 말자. 내가 아니어도 무섭고 엄한 수학 선생님은 많다. 수학이 자신 없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조차도 들지 않는 아이에게 윽박지르지 말자. 윽박질러지는 순간부터 아이의 머릿속은 하얘질 것이고 수학의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포기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아이들 입에서 수학은 쉬운 과목이고 만만한 과목이 되게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자’ 였습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애들은 어찌나 모르는지. 더불어, 또 하나의 어려움은 초등 저학년 위주이다 보니 “재미있게 흥미 있게 해주세요.”라고 하시는 어머님들의 말씀은 부담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어찌해야 재미있을까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한 달에 한 번씩 과자파티를 열기도하고 그냥 과자만 먹고 놀려니 식상해서 아이들과 먹거리를 만드는 요리 수업도 해보고 집이다 보니 이것저것 메뉴를 바꿔서 온갖 것을 만들어가며 요란법석을 떨다가 느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 배웠던 주산과 암산 그 자체가 커다란 재미였는데 흥미를 암산이나 주산에 붙일 수 있게 해보자. 이 자체를 즐기게 해주자. 그래서인지 아이들 입에서 암산 재미있어요, 수학이 제일 쉬워요, 이런 말들을 들을 때가 전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경쟁을 붙이고 툭툭 던지는 말로 동기부여를 시키곤 합니다. 작년 올림피아드대회가 끝나고 결과가 나왔을 때 “너희는 대상감이야. 전국 1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G레벨까지 가는 것도 힘든데 이 대회는 암산만 잘해서도 안 되고 수학까지 잘해야 하는데 너희들이나 되니 참아냈고 대상도 탈 수 있어”라는 말로 의미를 부여해 주었는데, 이번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보고푸는암산 1문제 차이로 꿈의 대상과 7레벨의 우수상을 타는 역사적인 일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연습을 미친 듯이 시키진 않았습니다. 수학도 1학기 수학 기본적인 문제들만 프린트하여 아이들 기억을 상기 시켰고 올림피아드 대비 문제집만 풀렸습니다. 평상시에 시키는 수학만으로도 충분히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마다 실력이 다르기 때문에 그 수준에 맞춰서 같은 학년이라고 다르게 문제집을 선택하여 여러 권을 풀리기에 별다른 준비 없이도 될 거라 생각했고 올림피아드에서도 제 믿음처럼 수학은 둘 다 100점을 맞았습니다.

 작년 올림피아드에 레벨 6단계까지 내보내 본 게 최고의 높은 레벨을 경험한 것이었고 운 좋게 우수상까지 수상을 했지만 레벨 7단계는 경험도 없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늘 준비하던 대로 2주 전부터 아이들과 플래시 암산하며 감으로 오는 요령으로 가르친 게 대상과 우수상을 탄 비법이라면 비법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이란 제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암산의 세계입니다. 전 주산 암산 수학 이 세 가지를 너무 좋아합니다. 제가 경험한 주산 암산의 세계는 게임의 세계처럼 어느 경지에 이르면 모든 사물이 암산의 대상이기도 하구요 푹 빠질 수밖에 없는 마력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걸어가다가 보이는 모든 간판과 차량 번호 판의 숫자들이 제 플래시 암산의 대상이었고, 슈퍼마켓 아줌마의 계산기보다 빠르고 정확한 암산실력에 늘 감탄사가 따라왔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의 모든 성적처리는 저에 의해서 이루어졌기에 저의 실력과는 무관하게 실기 등의 특혜와 선생님들의 간식과 말썽은 피우지 않았지만 구박할 수 없는 커다란 무기를 가지게 되었고 아이들조차도 성적은 저에 의해서 제일 먼저 알게 되는 상황인지라 무시할 수 없는 아이. 그게 바로 제 학창시절의 모습이었습니다. 수학과목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다른 과목들도 하나씩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3학년 들어서는 상위권으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게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면서 던지는 한마디, 바람에 날아가는 전단지 한 구절의 말, 정말 다른 사람에겐 똑같이 보이고 들리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인생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수학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고, 전 이런 이야기 제 경험담으로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합니다.

 과거의 결과물이 현재요, 현재의 결과물이 미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린 아이들의 미래를 돕고 있는 중요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오늘 이시간도 여러분들의 미래를 그려나가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